[보험] 고지의무와 ‘계약 후 알릴의무’의 관계, 사기・착오 취소

#1 고지의무 위반시 ‘계약 후 알릴의무’ 위반 성립 가능성

쟁점: 보험계약체결 전부터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통지의무 위반이 성립하는지

보험계약 체결시 고지의무1를 위반한 경우에 보험회사가 통지의무2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상법상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의 관계

상법상 고지의무(제651조)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여야 할 의무이고, 통지의무(제652조)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통지할 의무이다.

즉, 상법상 고지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문제되고, 통지의무는 보험기간 중에 위험이 변경 또는 증가된 때에 발생한다.

따라서 피보험자나 보험계약자가 계약체결 당시에 고지하지 않은 사실(위험)이 보험기간 중에 변경 또는 증가되지 않았다면 통지의무는 부담하지 않는다.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상법상 ‘통지의무’의 구분

보험약관상 계약 전 알릴의무는 상법상 고지의무와 같다. 반면에,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는 상법상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서 특정한 위험의 변경을 알리도록 열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3

예컨대 질병・상해보험약관에서 보험기간 중에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보험회사에 알리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위 약관은 상법 제652조의 내용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본소), 2009다91323(반소) 판결4) 그리고 하급심 법원은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 위반 여부와 상법상 통지의무 위반 여부를 각각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5

즉,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에서 특정한 사실을 알리도록 열거한 경우에 상법상 통지의무를 구체화한 것이지만, 상법상 통지의무를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어서 둘 사이 관계가 다소 모호하다.

고지의무 위반시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 주장 가능성

우선 판례는 이륜자동차의 계속적 사용과 관련하여서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 보험기간 중에 변경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가 가능하다고 본 사례도 있다.(관련 글으로 “[보험] 고지의무와 통지의무의 관계 (직업 변경, 이륜자동차 계속 사용 관련 판례)” 참조)

그리고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는 상법상 ‘통지의무’와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서 상법상 ‘통지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 위반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도 기본적으로 상법상 ‘통지의무’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에 둘을 완전히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2 고지의무 위반시 민법상 사기・착오로 취소권 행사 가능성

쟁점: 민법상 사기・착오 취소권은 행사기간이 10년이어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3년)에 비해 긴데,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사기 또는 착오라고 하여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가능한지

고지의무 위반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는다. 제척기간은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6이다.

한편,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은 사기나 착오로 인한 것이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런데 민법상 사기나 착오로 인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내에 행사할 수 있어서,7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권의 제척기간인 3년에 비해서 행사기간이 길다.

또한, 보험약관에서 사기로 인한 계약의 취소는 계약체결일부터 5년 이내(사기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도 하다.8

결국, ‘민법상 사기나 착오로 인한 계약의 취소권'(10년)‘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해지'(3년)‘보험약관상 사기로 인한 취소'(2년 또는 5년)에 비해서 행사기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대해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나 보험약관상 사기로 인한 취소가 아닌 민법상 사기나 착오로 인한 취소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제된다.

판결(1):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라는 이유로 취소권 행사시 약관상 행사기간(2년 또는 5년) 적용

보험약관에 사기로 인한 취소에 관하여 정하면서 행사기간을 민법상 사기로 인한 취소권에 비해 짧게 규정하였다면 보험약관상 행사기간이 우선 적용되고 민법은 보충적으로 적용된다.9

판결(2):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착오로 민법상 취소권 행사는 허용 안 됨

고지의무 위반이 민법상 착오에 해당할 경우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지와 별도로 민법상 차오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착오로 인한 취소권에 대해서는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지 않다)

판례는 보험계약자 등이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에도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때 보험회사는 보험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반면(상법 제655조 단서), 고지의무 위반이 민법상 착오에 해당하여 보험회사가 그에 따라 취소권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하여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 존부와 상관없이 보험회사는 언제나 보험금의 지급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고지의무 위반이 민법상 착오에 해당하더라도 보험회사는 상법 제651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외에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10


  1.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보험계약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계약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상법 제652조(위험변경증가의 통지와 계약해지) ①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②보험자가 제1항의 위험변경증가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1월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3.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64981 판결 등 참조함
  4. 설명의무에 관한 판단 이유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5.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의무와 상법상 통지의무를 동시에 판단하는 사례도 있어서 법원의 확립된 법리라고 할 수는 없다.
  6. 보험약관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경우도 있다.
  7. 민법 제146조
  8. 보험약관의 작성 시기에 따라서 “계약체결일로부터 2년이 “회사는 책임개시일로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하고 2년(건강진단을 받은 피보험자의 경우에는 1년) 이상 지났을 때에는 민법 제110조(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의한 취소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약관 규정은 유효하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99다42643 판결 등 참조함)
  9. “○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그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91. 12. 27. 선고 91다1165 판결,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4다234827 판결 등 참조). 또한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제1항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그런데 갑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보험약관(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 한다) 제26조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대리진단, 약물복용을 수단으로 진단절차를 통과하거나 진단서 위변조 또는 청약일 이전에 암또는 에이즈의 진단 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하는 등의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하여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피고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보장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기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 그 취소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보통약관 제26조가 적용되고, 민법 제110조는 보충적으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전지방법원 2019. 11. 5. 선고 2018가단228551 판결)
  10.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자의 착오 자체를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별개로 평가하여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의 취소를 인정하는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자의 해지기간을 제한하는 상법 제651조의 취지와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에만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게 되는 상법 제655조의 취지에 명백하게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자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보험계약의 해지 외에 별도로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4. 12. 선고 2023가단203430 판결, 동지 판례로 대전지방법원 2019. 11. 5. 선고 2018가단228551 판결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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