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실손의료보험 임의비급여 보상 문제 (하급심 판결)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나 비급여로 정하지 않은 치료행위를 말한다.1 그런데 피보험자가 임의비급여 치료인줄 모르고 치료비를 지급했다면, 보험회사는 실손의료보험으로 피보험자가 지급한 의료비를 보상하여야 하는지 분쟁이 된다. 이 글에서는 위 쟁점을 다룬 하급심 판결을 살펴본다.

[서론]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지만 실손의료보험 적용은 별개 문제

요양급여와 비급여, 임의비급여의 의미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3)]에서 보았듯이, 임의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반되고 임의비급여 치료행위를 하고 받은 의료비는 부당이득으로 환수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환자(피보험자) 입장에서는 임의비급여로 지불한 치료비를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의비급여 치료비를 부당이득으로 환수하지 않았거나 그 이전에 이미 진료비를 지불한 환자(피보험자)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쟁점]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비급여’에 ‘임의비급여’도 포함되는지

실손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한 임의비급여는 당연히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보험의 대상이 되는 위험이 반드시 법률상 결함 없는 행위로 한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반되는 임의비급여 치료행위로 인한 의료비라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에서 보장하기로 하였다면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쟁점은 보험계약(보험약관)에서 임의비급여를 보장하기로 하였는가 하는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약관] 2013년 1월 표준약관 개정 사항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비급여에 임의비급여도 포함되는지가 쟁점이다.

이와 관련하여서, 2012. 12. 28자로 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2의 상해통원 담보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이 보장하는 금액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붉은 화살표로 표시된 “주1)” 부분이다. 이는 2012. 12. 28.자 개정으로 처음 추가된 내용이다. 그 이전에 2009. 9. 28.자로 처음 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3에는 위 주석이 없었다.

즉, 2009. 9. 28.자 표준약관에서는 ‘비급여’라고만 표시하던 것을 2012. 12. 28.자 표준약관부터 ‘국민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비급여 대상인 비급여’라고 표시하게 된 것이다.

[노트]

따라서 2012. 12. 28.자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판매되기 시작한 2013. 1. 1. 이후에 체결된 실손의료보험에서는 임의비급여에 대한 보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보험약관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비급여 대상으로 고시한 비급여에 대해서만 보장하겠다고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2012. 12. 31.까지 체결된 실손의료보험은 단순히 ‘비급여’를 보장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임의비급여도 포함되는 것인지 해석이 문제되는 것이다.

[판결] 2012. 12. 28.자 개정 이전의 실손의료보험 관련

[판결#1 – 긍정] 임의비급여를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으로 본 사례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9가단11442호 사건의 재판부4는 피보험자가 받은 항암치료제 비용은 임의비급여에 해당할 수 있지만, 실손의료보험 약관에서 비급여에 해당하는 경우를 보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비급여 치료비 등이 국민건강보험법령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임의비급여)를 따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피보험자가 임의비급여로 치료받은 항암치료제 비용은 실손의료보험 보상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5

[판결#2 – 부정] 임의비급여를 실손의료보험 보장이 아니라고 본 사례

반면에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341405호 사건의 재판부6는 보험약관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사회의 기본 규범7과 질서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그 해석이나 적용에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실손의료보험에서 말하는 ‘비급여’는 ‘법정비급여’만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여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하였다.8

[노트]

보험약관의 문언의 명확성을 중시하고, ‘비급여’라고만 정한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서 임의비급여도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라고 보는 입장과, 법률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 임의비급여를 사보험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임의비급여 자체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고, 2012. 12. 28.자 개정으로 보험약관의 모호성이 해소되어서 2013년 이후에 체결된 실손의료보험에서는 분쟁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형의 분쟁이 일반적으로 발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급심법원의 판단이 갈리고 있고, 양 판단 모두 합리성이 있어서 향후 추가적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1. 구체적인 내용은 요양급여와 비급여, 임의비급여의 의미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3)] 참조
  2.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2012. 12. 28.자) 참조
  3.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2009. 9. 28.자) 참조
  4. 판사 강민기
  5.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5. 19. 선고 2019가단11442 판결
  6. 판사 조해근
  7. 구체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8. “임의 비급여를 보험회사가 항상 인수하여야 하는 실손비용이라고 해석하면, 의료행위가 안전한지에 대한 판단을 해당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결과가 되고, 의료기관의 도덕성 수준에 따라 의료기관의 심각한 탈법행위 또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유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22. 선고 2021가단53414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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