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도로운송보험에서 상하차 사고 보장이 문제된 사례 (영문 보험증권에 기재된 한글 설명의 효력을 다룬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20. 선고 2020가단5215653 판결

[사안] 하자 및 설치 작업 중 파손 → 운송보험 상하차 위험 담보

사안#1 – 도로운송보험 가입

피보험자는 기계장비 설치 및 이전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이다.

피보험자는 2016년 5월경 도로운송보험(장비 및 인력을 이용한 국내운송을 담보)에 가입하였고, 2019년까지 1년마다 갱신하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피보험자가 제공 받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보장하는 위험에 관한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2016년, 2017년 보험증권 기재사항]

“Road haulage operator Road Movement (including loading & unloading operation)
(상하차 위험을 포함한 도로운송업(명시 장비 및 인력을 이용한 국내운송))
– Third Party Liability Extension: Not covered(제3자 배상책임: 부담보)”

[2018년, 2019년 보험증권 기재사항]

“Road haulage operator Road Movement (including loading & unloading operation)
(상하차 위험을 포함한 도로운송업(명시 장비 및 인력을 이용한 국내운송))
– Third Party Liability Extension: Not covered(제3자배상책임:부담보)
(도로운송업 없는 상하차 업무만 진행시 부담보)
When the assured handle loading/unoading only without any road movement, this should be notified and agreed by (re)insurers in advance. If this is not noted and agreed, any related claim cannot be covered.
(도로운송 사업영역 없이 오직 상하차업무만 한정할 경우, 사전고지되고 보험자에 의해 승인받아야함. 그렇지 않은 경우 부담보)”

사안#2 – 레이저장비 설치 작업 중 피해 발생

피보험자는 2019년 11월경 J전자에 신규레이저 장비 설치 작업을 하다가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레이저기를 넘어뜨려 레이저기가 파손했다.

사안#3 – 도로운송 없는 상하차 작업 중 사고 면책인지 분쟁

피보험자는 위 사고로 인한 손해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도로운송 없이 레이저장비 설치 작업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도로운송업 없는 상하차 업무만 진행”한 경우에 해당하여서 부담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판결] 영문 보험약관 기준으로 판단 → 보험금 지급 판결

재판부1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9년도 보험증권에 “도로운송업 없는 상하차 업무만 진행시 부담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지만, 한편에는 “번역본은 참고용으로, 실제 보상 처리는 영문약관에 따라 적용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어서, 영문 보험증권(보험약관)의 내용을 기준으로 법적인 효력이 있고 한글 번역은 부가적인 설명에 불과하여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는 이 보험은 2016년, 2017년에는 도로운송 없는 상하차 업무만 진행한 경우에도 보장하는 것이었지만, 2018년, 2019년에는 약관이 변경되면서 도로운송 없는 상하차 업무만 진행하는 경우는 보장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8년에 약관이 개정되면서 한글 번역만 추가되었을 뿐이고 영문 약관의 내용은 이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보장하는 위험의 범위가 변경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다른 이유로, 2019년 보험증권에 “When the assured handle loading/unoading only without any road movement, this should be notified and agreed by (re)insurers in advance. If this is not noted and agreed, any related claim cannot be covered.(도로운송 사업영역 없이 오직 상하차업무만 한정할 경우, 사전고지되고 보험자에 의해 승인받아야함. 그렇지 않은 경우 부담보)”라고 기재된 것도 도로운송 없이 상하차만 하는 경우를 보장하기 때문에 마련된 조항이라고 보았다.

[노트]

노트#1 – 영문 보험약관(보험증권)에서 한글 번역의 효력에 관하여

일반보험(일반적으로 보험기간이 3년 미만인 손해보험)은, 국내에서 체결(우리나라 피보험자가 우리나라의 보험회사에 가입)되더라도, 보험약관을 영문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위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20. 선고 2020가단5215653 판결)에서 문제된 운송보험 외에도, 선박보험(Hull Insurance), 적하보험(Cargo Insurance), 영업배상책임보험(Commercial General Liability Insurance), 건설공사보험(Construction All Risk Insurance), 전문인배상책임보험(Professional Indemnity Insurance), 생산물배상책임보험(Product Liability Insurance) 등 다양하다.

영문 보험약관을 이용하는 이유는 오래 전부터 외국에서 사용되어 오던 보험상품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재보험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보험회사는 일반보험을 인수하면 그 위험의 일부를 재보험회사에 출재하는 일이 많다.2 그런데 재보험회사는 대부분 외국 회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영문 약관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곤란할 수 있다. 외국 재보험회사 입장에서 한글으로 작성된 보험에 대해 재보험 출재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3

현실이 이러하니, 결국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피보험자들이다. 보험회사는 피보험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문 보험약관(보험증권)에 한글 번역을 함께 기재한다. 하지만 위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20. 선고 2020가단5215653 판결)에서 보았듯이, 영문 보험약관(보험증권)에 기재된 한글 번역은 법적인 효력이 없는 참고용인 경우가 많다. 한글 번역이 참고용일 경우에는 보험약관(보험증권)에 그렇게 적혀있다.

따라서 영문 보험약관(보험증권)으로 작성된 보험에 가입하려는 경우 반드시 번역본이 아닌 영문 기재를 기준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한글 번역본만 믿고 가입했다가는 기대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해서 낭패를 볼 수 있다.

노트#2 – 보험회사가 ‘제3자 배상책임 면책’을 주장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이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20. 선고 2020가단5215653 판결) 판결문에 보면, 보상하는 손해에서 제3자 배상책임은 제외된다(“Third Party Liability Extension: Not covered”)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되는 사고를 보면, 피보험자가 J전자에 레이저기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설치된 레이저 기계를 넘어뜨려 파손하였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는 피보험자가 J전자에게 손해를 입혀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즉, 피보험자가 J전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이므로,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에 해당하여 담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판결문에 이 부분이 쟁점화 되지 않았고, 실제 사건 기록까지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판결문에 드러난 정황으로 봐서는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면 보험회사가 승소할 수도 있는 사안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4


  1. 판사 김희근
  2. 쉽게 말하면,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경우에 대비해서 (재)보험을 드는 것이다. 그래서 재보험회사는 보험회사의 보험회사라고도 불리운다.
  3. 장기인보험과 같이 규모가 큰 보험의 경우 한글 약관이라고 하더라도 재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어서, 한글 보험약관이라고 해서 재보험이 불가능하거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4. 이 사건은 보험회사가 항소하지 않아서 1심에서 확정되어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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