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우울증, 공황장애로 자살한 피보험자, 사망보험금 청구했는데 고지의무 위반?

  •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신과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피보험자
  •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알코올의존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와
  • 경제적 사정 악화,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
  • 메리츠화재는 보험 가입 시 정신과 진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
피보험자가 정신과 치료 이력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자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사안 – 피보험자는 운영하는 식당의 자금난과 직원을 대하는 스트레스, 형사고소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우울증이 악화되어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1) 피보험자의 치료 경력

메리츠화재의 상해사망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는, 고등학교 시절 남들 앞에서 발표하기 어려운 증상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20대에 강도를 당하며 불안증이 심해져 복용하는 약을 늘렸습니다. 30대 초반에는 결혼하여 정신과 약을 끊고 슬하에 자녀 2명을 두기도 하였으나, 배우자와의 불화, 육아 등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약을 다시 복용하게 되었고, 배우자와는 이혼하였습니다.

(2) 보험 가입

이후 피보험자는 동거인과 생활하면서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알코올의존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특히 메리츠화재의 상해사망보험에 가입한 당일인 2018. 3. 5.에도 정신과진료와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참고로, 피보험자는 메리츠화재의 보험 가입 전에는 2018. 1. 24.에도 정신과진료와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이 무렵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기록에 따르면, 피보험자는 동거인이 운영하는 식당의 자금난과 직원을 대하는 스트레스 등으로 약을 더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으로 풀었고, 빚 때문에 형사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으면서 우울증이 악화되었습니다.

피보험자는 2020. 3. 2. 오후에 동거인으로부터 저녁을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혼자 술을 마시고 자겠다.”고 대답하였고, 이후 화장실 샤워부스에서 목을 매어 사망하였습니다.

(3) 소송 제기

사망수익자인 동거인은 2020. 5. 22.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보험금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4) 메리츠화재의 보험계약 해지 통지

메리츠화재는 소송이 제기된 이후 2020. 10. 27. 피보험자(망인)의 법정상속인인 자녀들(수신자는 그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에게 알릴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 해지를 통지하였고, 2020. 10. 28.에 도달하였습니다.

법률지식 – 보험계약 청약서에서 질문한 내용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에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합니다. ‘중요한 사항’은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의 승인 여부나 보험료 산정, 부담보 조건 부가 등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말합니다.

문제는 어떤 내용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는 보험계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최소한 청약서류에서 질문하고 있는 내용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8494 판결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나,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상법 제651조의2), 여기의 서면에는 보험청약서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험청약서에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답변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사항은 상법 제651조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

즉, 보험 청약서류에서 질문하고 있는 사항에 정확하게 답변하지 않으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보험계약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계약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판결 –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한 자살은 면책이 아니므로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만, 정신과 진료 이력을 숨긴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습니다.1

(1) 보험금 지급 사유 – 심신상실로 인한 자살이므로 보험금 지급 책임 인정

부산지방법원 민사4단독 재판부2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보험자가 중증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➀ 피보험자가 고등학교 이후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치료약의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해결해 오는 등 치료약에 의존해왔습니다.
➁ 피보험자의 정신과적 진단명은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알코올의존증 등인데, 피보험자가 이러한 질병으로 인해 통제력을 잃고 돌발 행동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➂ 사고 직전 정신과 의사가 평소 2주분의 약을 처방하던 것을 1주분만 처방했는데, 이는 피보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또한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생리전증후군으로 자증과 우울이 가중되는 시기였다는 점도 부연하였습니다.)
➃ 피보험자가 삼아 직전 동거인에게 “맥주를 다 마셔버렸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에 비추어 볼 때 피보험자가 술에 취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➄ 피보험자가 짧은 시간 내에 목을 매어 자살한 정황에 비추어 계획적인 자살이라고 보기 어렵고, 유서 등 신변정리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메리츠화재 상해사망보험 약관
제2조(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➀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1.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2) 보험계약 해지 여부 – 청약서류의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질병확정진단, 투약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 해당

피보험자는 메리츠화재와 사이에 상해사망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청약서에서 알릴의무사항으로 질문하고 있는 ‘최근 3개월 이내 질병확정진단, 치료, 투약’ 또는 ‘최근 5년 이내 7일 이상 치료, 30일 이상 투약’ 등에 대해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지방법원 민사4단독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청약서상 질문사항에 거짓 고지를 한 것은 알릴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메리츠화재가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에게 한 해지통지가 적법하므로,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금 지급 책임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피보험자의 동거인은 ➀ 보험설계사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였으나 보험설계사가 청약서에 이를 반영하지 않아서 ‘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➁ 피보험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며, ➂ 피보험자가 청약서류의 질문지를 오해하여서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재반부는 ➀ 보험설계사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정신과 병력은 고지되지 않았고, ➁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을 상법 제651조의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며, ➂ 피보험자가 오랜 기간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중단 기간 없이 약을 처방받았고, 일상생활에서 불안감 등을 약을 복용하면서 해결하는 등 약에 대해 의존이 심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보험자가 질문 사항을 오해하고 단순한 실수로 고지하지 않은 것이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메리츠화재 상해사망보험 청약서상 알릴의무사항
3.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건강검진 포함)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 질병확정진단  ☐ 질병의심소견  ☐ 치료  ☐ 입원  ☐ 수술(제왕절개포함)  ☐ 투약 
6.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 입원  ☐ 수술(제왕절개 포함)  ☐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 계속하여 30일 이상 투약

노트 – 고지의무 위반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이 필요합니다.

계약 전 알릴의무(이른바 “고지의무”) 위반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지의무와 관련된 보험금 소송에서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된 경우에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문제될 것이므로- 피보험자 측에서 고지의무를 위반한 데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주장•입증하여야 하고, 만일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건강검진 결과 “우측 갑상선 결절(5㎜), 우측 갑상선 낭종(2~3㎜)” 진단과 함께 “6개월 후 추적검사하라”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는데 추적검사나 다른 치료를 받지 않던 중에 보험에 가입하면서 직장건강검진 결과를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갑상선 결절은 흔한 질환으로 95% 정도는 양성인 점 등을 근거로 고지의무 위반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다103349,103356 판결)

또한, 최근에는 고지의무에 대해 보험회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판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피보험자는 2018년 12월에 암보험에 가입했는데, 피보험자가 2018년 11월에 흉부 CT검사 후 폐암 가능성이 있으므로 2개월 뒤에 추가 검사를 받으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1개월 후인 2018년 12월에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법원은 ➀ 보험설계사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및 그 위반의 효과에 관하여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➁ 보험설계사가 보험가입 절차를 진행하면서 태블릿 PC를 이용하여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대해서는 각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아니오’란에 자신이 직접 체크하였으며, ➂ 청약서에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의 질문이 복잡하여 곧바로 답변하기 어렵거나 기억을 되살려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인데 피보험자가 불충분한 설명을 듣고 질문의 요지와 답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피보험자가 암 진단을 위한 추가검사 필요소견을 받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데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2. 6. 9. 선고 2020가합14068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다291449 판결
갑과 을 보험회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를 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위 약관 조항에 대한 을 회사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갑이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여 을 회사에 통지하여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정까지 예상할 수는 없었고, 위 약관 조항의 내용이 단순히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 약관 조항에 대한 을 회사의 명시·설명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재판장 오규희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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