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우울증 진단 없었지만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우 심신상실을 인정한 사례 (고의자살 보험금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12. 선고 2022가단5084822 판결

[사안] 승진 → 직무 변경 → 업무 과중 → 스트레스 → 투신 자살

사안#1 – 승진, 직무변경으로 변경된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아

피보험자는 병원 원무과에서 7년여 동안 민원 응대 업무를 해오다가 2018년 2월 말경 승진했다.

피보험자는 승진 이후 2018년 3월경부터 미납된 병원비 납입을 독촉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성과가 저조했다. 피보험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외래 미수금은 총 161건, 4,182,260원이었는데, 2019년 1월부터 8월까지 외래 미수금은 총 1,546건, 41,550,270원으로 늘었다.

2019년 11월 18일경 다시 한번 피보험자의 업무가 진료비 감면, 병동퇴원, 심평원 진료비 확인, 개선업무, 신입지원 교육업무로 변경되었는데, 이때부터는 피보험자의 근무시간이 크게 늘었다. 근무시간이 업무 변경 이전에 1주 평균 46시간이었는데, 업무 변경 이후에 1주 평균 59시간 이상이었다.

기간담당업무특이사항
2011년 1월 ~ 2018년 2월민원 응대
2018년 2월 ~ 2019년 11월미납된 병원비 납입 독촉피보험자가 업무를 담당한 이후 외래 미수금이 크게 늘어남
2019년 11월 ~ 2019년 12월업무가 진료비 감면, 병동퇴원, 심평원 진료비 확인, 개선업무, 신입지원 교육업무업무변경으로 피보험자의 근무시간이 크게 늘어남

사안#2 – 반복되는 자살시도, 업무상 스트레스 호소

피보험자는 2019년 12월 5일경 전기줄로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스스로 119에 신고하여 구조됐다.

이 무렵에 피보험자는 여러 차례(2019년 11월 17일, 2019년 12월 27일, 2019년 12월 29일)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2019년 12월 29일 자살예방센터와 한 통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피보험자가 2019년 12월 29일 자살예방센터와 통화에서 호소한 내용]

“한 달 전 업무가 변경되면서 업무 마무리가 되지 않아 내일 출근을 하면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쌓여가기만 해 직장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으나 일이 더 커질 것 같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맡은 일을 미리미리 처리해야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뒤로 미루다보니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퇴사를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정리 안된 서류로 인수인계를 할 수 없어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련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다.”

“월요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함에 우울감이 쌓여가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스스로 우울증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정신과에 방문해보지 않았으나 지금은 방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사안#3 – 소주 3병 마시고, 건물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

피보험자는 2020년 1월 1일 밤, 집에서 빨래를 해서 널고, 평소 혼자 잘 마시지 않던 소주를 3병 마셨다. 현관문의 도어락 건전지를 모두 빼 놓았고, 승용차도 문을 잠그지 않고 두었다.

그리고 피보험자는 자택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투신했다. 피보험자의 키는 약 185cm 인데, 건물 옥상에는 높이가 106 ~ 109cm 정도 되는 난간이 있었다.

사안#4 – 산업재해 유족급여 지급

피보험자의 유가족(이하 “피보험자 측”)은 피보험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선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피보험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정신이상 상태에 이르러 사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단서)고 보고 유족금여와 장의비를 지급했다.

[판결]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상을 호소하다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 해당함

재판부1는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므로 보험회사2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보험자가 미납된 병원비 독촉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2019년 11월 18일경 변경된 업무에 적응하느라 근무시간이 늘어나면서 과도한 근무를 하였고, 2019년 12월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며, 그 무렵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어 업무에 대한 압박감과 출근일(월요일)이 다가올수록 심해지는 우울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피보험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서 우울증 등을 앓다가 평상시보다 과도한 음주를 하고 우발적으로 투신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했고, 이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정신과 치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보험자가 투신한 옥상의 난간의 높이가 106 ~ 109cm이고 사선 형태로 되어 있어서 기어오르기 어렵게 되어 있으나, 피보험자의 키가 185cm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투신이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현관문 도어락의 건전지를 빼놓았던 점은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에 반대되는 사정이라고 하면서도, 피보험자가 업무상 스트레스가 극대화되어 평소보다 과도한 음주를 하고 유서를 남기지 않은 채 투신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사정들 만으로는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고 보았다.

[노트]

우울증을 앓던 중 자살한 경우에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하여서 2021년 2월경 대법원은 주요(중증)우울장애의 증상에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중증)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위 대법원 판결 이후로 주요우울장해를 앓고 있던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는 유서를 남긴 경우와 같이 자살을 암시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더라도 우울병적인 증상의 발현으로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므로 상해사망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대법원 2023. 5. 18.자 2022다238800 판결 참조)

그리고 이번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12. 선고 2022가단5084822 판결)는 주요우울장애 진단이 없었지만, 중증의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주요(중증)우울장애의 진단이 없더라도, 피보험자가 자살을 수행할 무렵에 중증의 우울증 상태에 있었음이 소명되면 심신상실 상태가 인정되는 것이 최근의 판례 경향으로 보인다.


  1. 판사 이주연
  2.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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