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상가 영업제한 탐구②] 독점영업권은 어떻게 생기나…분양계약과 관리규약

소문난 맛집 옆에 2등, 3등 가게가 줄지어 있기도 합니다. 맛집은 2등, 3등 가게가 바로 옆에서 똑같은 음식을 팔아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가 보장되기 때문에 옆집과 똑같은 메뉴로 가게를 차리는 것도 자유입니다.

하지만 집합상가에는 ‘독점영업권’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1업종 1점포’ 원칙을 통해 영업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집합상가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상가와 달리 집합상가에서는 어떻게 독점영업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독점영업권을 실효성 있게 확보하기 위한 ‘영업금지청구권’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독점영업권: ‘상도덕’에서 ‘법적 권리’로 인정받기까지

독점영업권은 일정한 상업지역에서 특정 업종으로 영업할 권리를 혼자서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처음에는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지켜야할 상도덕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독점영업권이 법적 권리로 인정받은 것은 집합상가가 발달한 1980년대 이후입니다. 대로변상가나 아파트상가를 분양하면서 ‘분양업자’와 ‘수분양자(A)’ 사이 분양계약에 특정한 업종을 독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집합상가에 나중에 입점한 사람(B)이 동종영업을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독점으로 영업하던 A는 자신의 독점 영업을 침해한 B에게 따져 물었겠지만, B가 배짱을 부리면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A는 분양계약의 상대인 분양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이런 경우에 법원은 분양업자가 수분양자A와 사이에 체결한 분양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5. 9. 5. 선고 94다30867 판결)

분양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면서 비로소 독점영업권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됐습니다.

독점영업권의 확장: 수분양자 사이의 영업금지청구권

계약은 기본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분양계약에 근거한 독점영업권도 계약당사자인 분양업자와 수분양자A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계약당사자가 아닌 사람B에게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정하여 분양한 후에 점포에 관한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그 점포를 임차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의 점포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 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 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점포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 등이 분양계약 등에 정하여진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할 경우, 이로 인하여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는 침해배제를 위하여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0081 판결)

수분양자들 사이에 영업독점권은 인정되지 않지만 분양계약상 업종제한의무에 동의함으로써 동종영업의 영업금지청구권은 인정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위에서 살펴보던 사례에 적용해서 이해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양계약은 분양업자와 수분양자A 사이에 체결했으므로, 수분양자A는 분양계약의 효력을 계약상대방인 분양업자에게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분양자A는 분양계약상 독점영업권을 계약상대방이 아닌 수분양자B에게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수분양자B도 분양업자와 사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집합상가에 영업제한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면 동종영업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분양자A는 직접 수분양자B를 상대로 동종영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판례가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동종업종 영업금지의무를 인정하는 ‘묵시적 수인’ 도식화 (Ⓒ임변노트)

영업금지청구권: 업종제한 알았다면 인정 가능

판례가 수분양자들 사이에 동종업종 영업금지의무를 인정하는 근거는 상호 업종제한의무를 알고 묵시적으로 수인하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업종제한의무가 있더라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수분양자라면 동종업종 영업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업종제한 분쟁이 많은 집합상가에서는 상인회, 상가관리단 등에서 새로 점포에 입점한 사람이나 구분상가를 매수한 사람에 대해서 업종제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아래 글들을 참조해 주세요.

[집합상가] 정형외과 유치하며 매출 10억 올린 약국, 업종제한 위반으로 ‘죽 쒀서 개 준 꼴’
[상가] 약국 독점영업권 준대서 분양받았는데⋯ “경쟁 약국 영업금지 못 한다” 판결

관리규약에 의한 영업금지청구권

집합상가의 관리규약을 근거로 입점자들 사이에 영업금지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여기서 관리규약은 집합건물법에 따른 것을 말합니다.(집합건물법 제28조)

따라서 만약 집합건물법상 관리규약의 설정, 변경 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관리규약으로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고, 관리규약을 근거로 영업금지를 청구할 수도 없을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규약의 설정•변경•폐지)
①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는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서 한다. 이 경우 규약의 설정ㆍ변경 및 폐지가 일부 구분소유자의 권리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② 제28조제2항에 규정한 사항에 관한 구분소유자 전원의 규약의 설정ㆍ변경 또는 폐지는 그 일부공용부분을 공용하는 구분소유자의 4분의 1을 초과하는 자 또는 의결권의 4분의 1을 초과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가 반대할 때에는 할 수 없다.

영업금지청구권의 승계: 점포 매수인, 임대인

동종업종 영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집합상가라는 사실을 알고서 그 점포를 매수한 사람이나 임차한 사람도 다른 점포의 입점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4다44742 판결 참조함)

따라서 처음에 업종을 지정 또는 제한하여서 분양된 집합상가는 매매 또는 임차 과정을 거쳐서 소유자 또는 입점자가 바뀌더라도 계속 영업금지의무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매수인이나 임차인 등 특정승계인이 앞단에 있던 업종제한에 대해 알지 못하고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묵시적 수인을 인정할 근거가 없으므로 영업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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